호남사경(湖南四景)은 금산사의 봄 경치, 변산반도의 여름 풍경, 내장산의 가을 단풍, 백양사의 겨울 설경이라는데,
비록 미세먼지로 자욱한 겨울날이었지만 첫직장 산악회의 선후배들과 함께 완주 모악산에서 신년 산행을 즐겼다.
모악산은 정상에 마치 어머니가 어린애를 안고 있는 형태로 보이는 바위가 있어 생겨난 이름이라는 설이 있으나,
그보다도 동으로 구이저수지, 서로 금평저수지, 남으로 안덕저수지, 북으로 불선제, 중인제, 갈마제를 가득 채워서,
김제평야를 흠뻑 적셔주고 만경강과 동진강으로 흘러드는 젖꼭지 구실을 하여서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생각한다.
모악산은 3년 전인 2016년 5월에 오늘과 똑같은 코스로 올라가 보았기에 별다른 설렘은 없었고,
'염불에는 마음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는 옛말처럼 전주 막걸이에 대한 기대가 더 컸었다.
오늘은 겨울중에서 가장 춥다는 대한(大寒)의 하루 전인데도 낮기온이 영상 7도까지 치솟아서,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도 하기 전인 대원사에 도착하자 땀이 비오듯 쏟아져서 자켓을 벗었다.
그리고 2008년 모악산 꼭대기의 송신탑이 개방되기 전까지 정상을 대신하였던 전망대에서
동쪽 구이저수지를 내려다 보며 한참 동안 숨을 고르고서 진짜 정상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3년 전에는 볼품없는 나무판이 정상임을 표시하였는데 이제는 그럴싸한 정상석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송신탑 옥상에서 바라본 전주 시내로의 조망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더라.
그리고 앞으로 1달 동안 산악회 밴드의 대문으로 사용될 단체사진을 박고서,
벤치에서 간단하게 간식을 나누어 먹고 김제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하였다.
서쪽 하산길은 매우 완만하여 사회초년병 시절의 옛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면서 천천히 금산사로 내려왔다.
불교 미륵신앙의 성지인 금산사는 국보 제62호인 미륵전을 포함하여 보물 9점을 보유한 고찰인데,
후백제의 견휜이 아들인 신검에 의하여 왕위에서 쫓겨나 유폐가 되었던 사찰로 더욱 유명하다.
그리고 전주 막걸리 골목에서 유명하다는 용진집의 한옥마을 직영점으로 이동하여,
양주와 막걸이에 다양한 안주를 곁들여서 신년부터 질펀한 뒷풀이를 하였다.
정말로 산행보다 뒷풀이가 더욱 기억에 남을 모악산 산행이었다.
이런 약간의 일탈도 인생을 살아가는 소소한 재미중의 하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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