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첫직장 산악회의 8월 정기산행으로 북한산 숨은벽 계곡을 아주아주 짧게 걷고서 긴~ 뒷풀이를 하였다.
8월에는 엄청난 폭염 때문에 산행을 전혀 나서지 못해서, 금요일 저녁에 배낭을 싸면서 약간은 설레는 기분으로,
'백운대까지 오를지도 모르니 스틱을 넣을까 말까?', '아침가리골처럼 옷가지와 소지품을 비닐로 쌀까 말까?'로
나름 진지하게 고민을 하였는데 정말로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오늘도 새벽 6시반에 일찌감치 집을 나서서 M4101 버스로 남대문으로 이동하여,
'희락갈치'에서 하얀 갈치살과 양념이 푹 베인 무에 밥을 비벼서 한그릇 뚝딱 해치우고,
704번 맨 뒷자리에 앉아서 스마트폰질을 하면서 1시간 만에 효자2동 정류장에 내렸다.
그리고 밤골매표소 입구에서 불광동에서 집결하여 이동하는 본진을 기다리며 또 1시간을 죽때렸는데,
북한산 숨은벽 코스는 능선길로는 3-4번 올라 보았지만 계곡길은 오늘이 처음이어서 기대가 컸었다.
이윽고 새벽에 집을 나선지 3시간반 만인 오전 10시에 북한산 숨은벽 계곡 산행을 시작할 수 있었는데,
여름에 매우 가물었고 어제 태풍 솔릭도 수도권을 비켜가서 계곡에는 기대와 달리 물이 바짝 말라 있었다.
승배 회장이 선두에서 계곡길로 30분 정도 부지런히 올라가더니 계곡옆에 자리를 잡는다.
나는 정말로 잠시 쉬는 줄만 알았다.
그러더니 막걸리 3통을 까고서 한참 동안을 노닥거리더니 이제 그만 하산을 하잖다. 헐~
너무 민망한 마음에 '야등을 하고서 하산하네', '불수사도북을 하고서 하산하네'하며 허풍을 떨면서 내려오는데,
교행하는 어떤 어르신이 "얼마나 일찍 올라가셨기에 벌써 하산을 하세요?" 하며 물을 때는 정말로 속이 뜨끔하더라.
그리고 정오가 채 못되어 밤골에서 가까운 '임진강 매운탕'으로 이동하여 긴~ 뒷풀이를 시작하였다.
내 산행 10년史에 이런 날라리 산행은 오늘이 처음이지만,
살다보면 이런 날도 저런 날도 있는 것이 우리네 인생史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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