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첫직장 산악회의 선후배들과 함께 충북 보은에 있는 100대 명산인 구병산엘 올라 보았다.
해발 876m의 구병산은 아홉개의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오전 9시가 조금 넘어서 적암리 주차장을 출발하여 오른쪽 코스로 신선대에 올랐다가,
능선을 따라서 정상까지 진격 후에, 다시 적암리로 원점 회귀하는 산행코스를 이용하였다.
대략 9.6Km의 거리를 6시간 조금 넘게 걸은 것으로 GPS 트랙로그에 기록이 되었다.
어릴 적에 부모님을 따라서 청주와 보은을 경유하여 꼬불꼬불 말티재를 넘어서 속리산에 갔었던 아스라한 기억이 있는데,
이제는 도로가 워~낙 좋아져서 동천동 간이정류장에서 적암리 구병산 입구까지 1시간 45분 만에 도착을 하였다.
오늘 낮에는 하루 종일 비소식이 있어서 버스에서 우비와 스패츠를 단단하게 착용하고서는 산행을 시작하였다.
해발 800m가 넘는 산이어서 힘들 것이라 예상은 했었지만 된비알이 만만하지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7부 능선부터는 비가 진눈깨비로 바뀌어서 날리기 시작하더니,
능선에 올라서자 이제는 본격적으로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헐~
어젯밤에 산행 군장을 꾸리면서 '아이젠을 넣을까?' 잠시동안 고민을 하였으나,
내일 모레가 4월이어서 아이젠을 빼고서 우비를 넣었었는데 후회가 되기 시작하더라.
3월초에 설악산에서 설(雪)산행은 해보았지만, 3월말에 충청도에서 눈꽃 산행을 하리라고는 전혀 상상을 못했었다.
오늘은 카메라 렌즈로 눈과 비가 마구마구 들이치고, 기온도 뚝 떨어져 손가락이 곱아서 사진도 영 꽝이다.
안전을 위하여 미끄럽고 위험한 암릉길을 피하여 우회길을 이용하였고,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 땅만 보고 걸었더니만 '신선대'도 '853봉'도 모두 조우하지 못했다.ㅠㅠ
눈으로 다져져서 미끄러운 로프구간과 계단을 어렵사리 통과하여 구병산 정상으로 향하였다.
구병산 정상에서는 증명사진을 찍듯이 개인 인증샷을 한사람씩 모두 남긴 후에,
회사에 비용 청구를 위하여 가장 중요한 의식(?)인 단체 인증샷도 남겨 보았다.
그리고 하산은 조금 속도를 높여 내려와서 오후 3시경에 적암리 주차장에서 산행을 마치고서는,
보은으로 나와서 '용궁식당'이라는 곳에서 돼지와 오징어 불고기로 걸쭉하게 뒷풀이를 하였다.
오늘은 구병산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던 눈꽃 산행을 즐기며 또하나의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보았다.
산에서는 항상 겸허하고 산행 준비시에도 방심하지 말라는 평범한 교훈도 다시금 되새겨 본 하루였다.
눈과 비에 온 몸은 푹~ 젖었고 된비알에 삭신은 쑤시지만, 묘한 여운(餘韻)을 남기는 충북 보은의 구병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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