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여행의 둘째날에는 변산지맥의 마루금인 신선봉과 망포대 능선길을 호젓하게 걸어 보았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서 내소사 주차장을 출발하여 내소사 관광을 1시간 가량 오롯이 즐긴 후에,
재백이고개-시루봉-신선봉-망포대-낙조대-월명암을 경유하여 남여치 매표소에서 오후 6시경에 산행을 종료하였다.
일찍 산행을 시작하여 여유있게 귀가를 하고 싶었으나, 격포항에서 내소사로 향하는 첫 버스가 9시20분에 있다.
도리없이 숙소에서 뒹굴거리다가 아침식사를 느긋하게 하고서는 내소사행 농어촌 버스에 올라탔다.
내소사 입구에서 문화재 관람료 명목으로 3,000원을 상납하고서는 그 유명한 전나무 숲길을 따라서 내소사로 향했다.
부안 내소사는 백제시대에 창건된 1,300년이 넘는 고찰이라서 매우 웅장하였고 고풍스러웠다.
대웅보전의 꽃문살은 우리나라 장식무늬의 최고로 평가받는 뛰어난 걸작이란다.
이곳 내소사 대웅보전앞에서 올해 벗꽃놀이를 모두 다한 느낌이다.
머리에 털나고 이렇게 굵은 나무에 피어난 소담스러운 벗꽃은 처음이지 싶다.
내소사에서 거의 1시간 동안 문화재와 벗꽃을 즐기느라 너무나 많은 시간을 지체하였다.
이제는 본업으로 돌아와서 내소사옆 등산로를 따라서 관음봉 방향으로 진격이다.
요사이는 봄이 사라졌는지 날씨가 무척이나 더워서 조금밖에 걷지를 않았는데 땀이 삐질삐질 나온다.
오늘은 딱히 정해진 산행루트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이곳 관음봉 삼거리에서 첫번째 갈등을 때렸다.
관음봉과 세봉을 경유하여 대중교통이 편리한 내소사 주차장으로 다시 내려갈까?
아니면 재백이고개쪽으로 내려가서 내변산의 숨은 아름다움을 즐겨볼까?
첫번째 선택은 재백이고개 방향으로 직진이었다.
이곳 재백이고개에서 목을 축이면서 두번째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을 했다.
직소폭포와 월명암을 경유하여 남여치 매표소까지 편안하게 트랙킹을 할까?
아니면 신선봉, 망포대, 낙조대를 경유하는 내변산의 마루금을 빡세게 걸어 볼까?
변산에 언제 다시 올까 싶어서 하드한 코스로 결정을 하였다.
신선봉과 망포대의 능선길은 법정탐방로는 아닌듯 하나, 그렇다고 여느 국립공원의 비법정탐방로처럼 막혀 있지도 않다.
재백이고개에서 스마트폰 지도와 육감에 의존하여 희미한 들머리를 찾아서 올라가자 제법 뚜렸한 등로가 나온다.
여느 산에서 볼 수가 있는 그 흔한 이정표도 요란한 정상석도 없는 자연발생적인 산길이었다.
가끔씩 나무에 걸려 있는 산악회의 시그널이 이곳이 등산로임을 알려주는 유일한 표시였다.
신선봉에 올라서자 시계가 오후 1시반을 훌쩍 넘어서, 아침에 격포항에서 준비한 도시락으로
바다가 보일법 한 남쪽을 내려다 보면서 정말로 신선처럼 여유롭게 점심식사를 하였다.
비록 안개때문에 서해바다가 보이지는 않았으나, 내마음속에는 파란바다가 보이는 듯 했다.
망포대라고 하여서 조망이 죽일 것이라 상상을 했었는데, 나무들에 가리워져서 신선봉보다 뷰가 좋지는 않더라.
설악산 서북능선의 귀때기청봉에서 공룡능선과 용아장성을 바라다 보는 것처럼
망포대에서 내변산의 관음봉과 세봉을 바라다 보는 것도 못지 않게 아름다웠다.
이제 체력은 많이 떨어졌지만 낙조대에서 쌍선봉 방향으로 바로 치고 나갔어야 했는데,
스마트폰을 꺼내기가 귀찮아서 직진하다가 직소폭포 방향으로 2Km 정도 알바를 하였다.
오늘 산행을 시작하고 거의 5시간만에 국립공원 이정표를 다시 만나자 무척이나 반가웠다.
이제는 살았다 싶어서 월명암에서 더위에 열받은 머리도 감고 당도 보충하면서 정신을 차려본다.
그리고 설악산 오색등산로의 돌계단같은 하산길을 터벅터벅 걸어서 오후 6시경에 산행을 종료하였다.
비록 변산의 일부 구간이었지만 신선봉, 망포대, 낙조대를 경유하는 마루금을 호젓하게 걸어 보았다.
다음번엔 세봉, 관음봉, 직소폭포를 경유하는 코스로 내변산의 아름다운 속살을 즐겨봐야겠다.
바다와 산을 함께 할 수 있고, 문화재와 민속을 접할 수 있는 변산은 참으로 괜찮은 여행코스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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