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시인을 따라서 달려본 옥천 향수 100리길 라이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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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오늘은 '향수'라는 詩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정지용(鄭芝溶) 시인의 고향인 옥천의 향수 100리길을 자전거로 달려 보았다.

 

 

 

 

 

 

아침 8시40분에 옥천역을 출발하여 향수 100리길을 시계방향으로 돌아서 오후 1시10분경에 정지용 시인의 생가에서 라이딩을 마쳤다.

대략 4시간반 동안 55Km정도의 거리를 사진과 동영상을 찍으면서 쉬엄쉬엄 달렸다.

 

 

 

 

 

 

지난달 중순에 동해안 자전거길을 임원부터 통일전망대까지 완주를 하고서 인증을 위하여 자전거 행복나눔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지자체 명품 자전거길 소개란에 '옥천 향수 100리길'이 내 눈(目)에 훅~하고 들어왔다.

자전거길에 잔잔한 이야기도 있고, 금강을 끼고 돌아서 풍광도 좋아 보이고, 라이딩 거리(50Km)도 길지가 않아서 당일치기가 가능해 보였다. 고~래

 

 

 

 

 

 

당초에는 마누라쟁이가 선약이 있어서 방학을 맞은 첫째녀석과 기말고사가 다가오는 둘째녀석을 내가 돌보기로 했었는데 약속이 취소가 되었단다. 이게 왠 쾌재냐?

금요일밤에 부랴부랴 코레일톡 앱으로 수원역에서 옥천역으로 가는 6시31분 무궁화호 첫 기차를 잽싸게 예매를 하고,

새벽 4시에 벌떡 일어나서 간단히 샤워만 하고, 자전거와 배낭을 메고선 도망치듯이 집을 빠져 나왔다.

 

 

 

 

 

 

워낙 다급하게 기차표를 예매하여서 자전거 자리를 함께 예약하지 못하여 내심 걱정을 많이 하였는데,

무궁화호 5호차 맨뒤에 자전거를 거치할 명당자리가 있어서, 옥천역까지 1시간 45분을 자리에 앉아서 편하게 내려갔다.

 

 

 

 

 

 

8시15분에 옥천역에 도착하여 느긋하게 액션캠과 블루투스 스피커등을 설치하며 라이딩을 준비하는데 날씨가 예술이다.

 

 

 

 

 

 

정지용 시인의 생가터가 옥천 향수100리길의 공식적인 출발점이자 또한 도착점이다.

오늘은 날씨가 매우 더울 것 같아서 오전중으로 라이딩을 마치기 위하여 서둘러서 사진만 찍고

지자체가 추천하는 시계방향으로 라이딩을 하기 위하여 교동저수지 방향으로 자전거의 기수를 돌렸다.

 

 

 

 

 

 

오늘은 향수 100리길 이라는 이정표와 바닥의 파란색 스프레이 표시만 보고서 죽어라고 달렸다.

그러나 국토종주길이나 4대강 종주길에 비하여 길옆의 이정표나 바닥의 표시선이 부실하기 그지 없었다.

말(言)이 자전거길이지 국도와 지방도에 이정표를 몇 개 세워놓고 명품 자전거길이라 우기는 것과 진배가 없었다.

 

 

 

 

 

 

옥천의 명소라는 장계관광지도 사진으로는 그럴싸하게 보이지만 실상(實相)은 매우 보잘 것 없었으며,

37번 국도의 확장구간에는 중앙선에 봉을 박아 놓아서 자동차와 자전거가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는 위험천만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차라리 중앙선의 봉을 없애는 것이 운전자도 자전거와 거리를 두고서 편안하게 추월을 하며 라이더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길이지 싶다.

 

 

 

 

 

 

위험천만한 37번 국도의 확장구간을 지나서, 인포삼거리에서 575번 지방도로 접어들자

자동차의 숫자가 확 감소하면서 비로소 목가적(牧歌的)인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제는 575번 지방도와도 안녕을 하고, 종미리 마을길을 가로질러서 옥천 경율당을 지나자,

비로소 아름다운 금강변이 눈앞에 펼쳐지고, 한적한 도로에서 향수 100리길을 마음껏 즐겨본다.

 

 

 

 

 

 

비록 날이 많이 가물어서 수량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조용히 흘러가는 금강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콘크리트 길을 따라서 금강의 풍광에 취해서 방심하고 있을때에 갑자기 비포장이라는 악재를 만난다.

사전에 인터넷으로 서베이시에 비포장길이 족히 4-5Km는 된다는 정보를 미리 알았기에

비록 로드자전거이지만 슈발베 두라노 플러스 타이어를 믿고서 천천히 비포장길을 빠져 나왔다.

 

 

 

 

 

 

향수 100리길은 다시금 575번 지방도를 만나서 편안하고 한적한 아스팔트 자전거길을 선사하는데,

시간이 정오에 가까워지자 기온이 30도를 육박하며 슬슬 허기가 몰려온다.

 

 

 

 

 

 

자동차를 타고가면서 경부고속도로 금강휴게소에서 바라본 금강유원지의 풍경은 그리도 아름답더니만,

자전거를 타고가면서 스쳐가는 금강유원지의 아랫동네 풍경은 매우 무질서하고 지저분하기 그지없다.

당초에는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할까도 생각을 하였으나, 마음이 싹 달아나서 서둘러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난생처음으로 육영수 여사의 생가도 둘러 보았다.

이 집은 조선 초기에 처음 건축이 되었다가, 1918년에 육여사의 부친이 사들여 고쳐 지으면서 조선 후기 충청도 반가의 전형적인 형태로 탈바꿈을 했다고 한다.

그후 1974년 육영수 여사의 서거 이후에 관리 소홀로 폐가의 길을 걷다가, 옥천군이 8년에 걸친 복원작업으로 현재에 이르게 되었단다.

 

 

 

 

 

 

정지용 시인의 생가와 문학관도 천천히 둘러 보고자 하였으나 배에서 밥을 달라고 마구마구 신호가 온다.

그래서 정지용 문학관도 주마간산(走馬看山)으로 보고서 그 곳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정지용 시인 동상옆의 시원한 그늘 아래에서 스마트폰의 김기사 어플로 맛집을 급 검색하여 '대박집'이라는 곳에서 생선국밥을 폭풍 흡입을 하고서

옥천터미널에서 14시10분 버스로 대전복합터미널로 점프를 한 후에, 다시 대전에서 15시에 출발하는 버스로 성남터미널로 재점프를 하여 귀가를 하였다.

 

 

 

 

 

 

옥천의 향수 100리 자전거길은 금강을 끼고 도는 매우 아름다운 라이딩 코스임에는 분명하나,

정지용 생가부터 장계관광지를 거쳐서 인포삼거리까지의 국도와 지방도 구간은 업다운도 조금 있고,

조망도 그닥 훌륭하지 못하며, 공사차량과 함께 달리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어서 별로 추천하고 싶지가 않다.

 

그래서 지자체가 추천하는 경로의 반대 방향으로 정지용 생가를 출발하여 육영수 생가를 천천히 구경하고,

금강휴게소를 거쳐서 금강변을 따라서 한적한 지방도 구간에서 신나게 라이딩을 즐기고,

비포장구간을 만나면 다시금 되돌아 오는 것이 휠씬 안전하고 즐겁게 향수 100리길을 즐기는 방법이지 싶다.

 

만사에 안전(安全)이 최고의 미덕(美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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