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와 눈보라 속에서 개고생한 원주 백운산 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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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강추위와 눈보라 속에서 개고생을 하며 원주 백운산(白雲山)을 나홀로 올라 보았다.


원주 백운산은 강원도 원주시 판부면과 충북 제천시 백운면의 경계에 솟은 해발 1,098m의 산인데,

가까운 치악산의 명성에 가리워져 덜 알려져 있지만 태고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오전 9시반 경에 백운산 자연휴양림 산림문화휴양관에 주차를 하고, 산행 준비를 하는데 아.뿔.싸. 깜빡하고 아이젠, 스패츠, 방한 장갑을 빠트렸다.

차창밖으로는 눈이 흩날리고 기온은 영하 8도를 가르키고 있어서 잠시 고민을 하였으나, '언제 또다시 이곳에 올까?' 싶어서 일단은 출발을 하였다.







산림휴양관 뒷편의 개울을 건너서 백운정(白雲停) 방향으로 등산로를 오르는데,

아이젠이 없으니 등산화가 계속해서 눈길에 미끌어져서 진군 속도가 형편없이 느리다.







이윽고 40분 만에 백운정에 도착하여 땀을 식히며 또다시 고민을 하였다. '올라가? 말어?'

이제 와서 다시금 생각을 해보니, 여기서 미련없이 회군(回軍)을 했어야 했다.

'산행을 시작하면 반드시 정상을 찍어야 한다'는 이상한 자존심 때문에 열GO를 하였다.







임도에서 다시 시작되는 정상까지 2.3Km의 등산로에는 눈이 수북히 쌓여 있어서 이 몸이 직접 러셀을 하면서 전진을 해야 했다.ㅠㅠ







더욱이 바람이 심통을 부린 특정 구간에서는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느라,

체력은 엄청나게 소진되고 등산화 속으로는 눈덩이가 들어와서 발이 서서히 얼기 시작한다.







설상가상으로 동물 발자국에 현혹되어서 알바까지 하고, 강추위에 스마트폰의 배터리마저 앵꼬가 되자 멘붕이 왔다.

그래서 한참을 기다린 후에 내 발자국을 따라온 단체 산객에게 러셀을 맡기고 후미에서 가까스로 안부에 도착을 하였다.







정상 300m 직전의 안부에서 양말을 갈아 신었지만, 등산화가 통째로 젖어 있어서 발가락이 쓰려오며,

아이젠이 없어서 로프와 나무를 잡느라고 많이 사용한 일반 장갑도 꽁꽁 얼어서 손가락 또한 곱아 온다.

정말로 정말로 정상을 알현하고 싶었으나 동상(凍傷)이 우려되어서 눈물을 머금고 코앞에서 회군을 결정하였다.







그리고 하산길에서는 5-6차례 엉덩방아를 찧으며 엉금엉금 기어서 임도까지 다시 내려오자 살았다 싶더라.







이제는 바닥난 체력과 부실한 장비를 극복하기 위하여, 거리(4Km)는 많이 돌지만 임도를 따라서 천천히 하산하기로 한다.







그런데 편안하게 임도를 걷노라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죽을 것만 같더니만, 멋진 경치가 눈에 들어오자 카메라를 꺼내 든다.

이제는 애가 제정신으로 돌아왔나 보다.







그리고 동계올림픽 노르딕 선수들처럼 눈이 덮인 임도를 터벅터벅 걸어서,

오후 3시반 경에 산림문화휴양관으로 되돌아와서 오늘 산행을 종료하였다.







동계산행에서는 준비물을 더욱 꼼꼼하게 챙기고 안전을 위해서는 훗날을 기약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아주 평범한 교훈을 뼈져리게 느끼게 해준 원주 백운산에서의 2018년 신년산행이었다.


"원주 백운산(白雲山)아 기다려라.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다시 찾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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