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설악산 공룡능선 도전기 - 1.첫째날, 오색-대청봉-희운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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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산꾼들 사이에선 설악산 공룡능선이 초보산꾼과 중급산꾼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어 버렸다.

술자리에서 산(山) 이야기가 나오면 "너, 설악산 공룡능선 타봤어?"라는 질문이 항상 나온다.

이 질문에 "YES"라고 대답하면 산 좀 타는 놈이 되고, "NO"라고 대답하면 동네 뒷산이나 오르는 놈으로 취급을 받는다.

 

 

 

 

 

 

2015년을 마무리하면서 불현듯이 겨울 공룡이 미치도록 보고 싶었다. 그래서 배낭을 짊어지고 설악산을 찾았다.

체력이 좋은 고수들은 무박으로 오색-대청봉-공룡능선-소공원 코스를 10시간 이내에 주파를 한다지만,

이 몸은 숏다리에 저질 체력이고, 더군다나 해(日)가 짧은 한겨울의 단독 산행이어서 안전하게 1박2일을 선택하였다.

 

 

 

 

 

 

설악산 공룡능선이 무너미고개에서 마등령삼거리까지의 실제거리는 5.1Km밖에 되지를 않치만은 그토록 어려운 이유는

첫째, 공룡능선까지 접근하는데 진이 다 빠진다. 무너미고개가 1,000미터 높이이고, 마등령삼거리는 1,200미터 높이에 있다.

둘째, 공룡의 비닐을 넘어가는 업다운이 장난이 아니다. 한마디로 6-7개의 자그마한 산을 넘는 것과 동일하다.

세째, 공룡능선에 한번 진입을 하면 탈출구가 없다. Go or Back 이라는 단 두가지 방법만이 존재한다.

 

 

 

 

 

 

설악산 공룡능선의 알현(謁見) 일정을 1박2일로 계획하자 시간이 무척이나 널널해져서,

오랜만에 한계령에서 서북능선을 타고서 대청봉을 오르고 싶었으나, 폭설로 서북능선이 막혀있다.ㅜㅜ

오색코스는 대청봉을 최단 시간에 오르는 장점은 있으나, 꾸준한 오르막에 조망은 별로이어서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코스는 아니다.

 

 

 

 

 

 

한겨울의 단독 산행이라서 75L 비박배낭에 취사도구, 먹거리, 보온의류, 안전장비등을 잔뜩 넣었더니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오색에서 대청봉까지의 중간지점인 설악폭포에도 도착하지 못했는데 벌써부터 힘이 부친다.

그래도 미세먼지로 가득한 수도권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설악산의 파란 하늘과 맑은 공기가 지친 나를 위로해 주었다.

 

 

 

 

 

 

오색코스는 남향이어서 1,100고지까지는 눈(雪)이 거의 없었으나, 설악폭포교를 지나자 눈(雪)들이 제법 보여서 아이젠을 착용했다.

오늘은 하룻밤을 묵을 희운각 대피소까지만 가면 되는 여유있는 일정이라서 거의 모든 산객들을 추월시키면서 천천히 올랐다.

 

 

 

 

 

 

오색에서 대청봉을 오르는 산중턱에서 한숨을 돌리며 남쪽을 바라보자, 태산준령들이 첩첩이 이어져 있다.

 

'아, 멋있다.' '아, 아름답다.'

 

 

 

 

 

 

대청봉 정상에 거의 가까워지자 눈도 제법 쌓여 있고 칼바람이 엄청나게 불어온다.

 

 

 

 

 

 

저멀리 동해바다와 속초시내가 너무나도 깨끗하게 조망이 된다.

대청봉을 올라선 7-8번의 경험중 오늘이 제일로 시계(視界)가 맑지 싶다.

 

 

 

 

 

 

그런데 너~무도 춥다. 손도 얼고, 카메라도 얼고, 고추도 얼었다.

사진을 찍기 위하여 장갑을 벗었더니 금새 손가락의 감각이 없어진다.

사진이고 지랄이고 살기 위하여 잽싸게 중청대피소로 튀었다.

 

 

 

 

 

 

새벽 6시에 동서울터미널에서 아침식사를 하였더니만 배도 많이 고파서, 불짬뽕과 햇반 한개를 폭풍 흡입을 하였다.

최근에 마누라쟁이가 팔도 짜장면과 불짱뽕을 마트에서 사왔는데, 이 놈들 은근 맛있더라.

 

 

 

 

 

 

중청대피소에서 한시간 넘게 점심식사와 볼 일까지 여유있게 보고서는 희운각 대피소로 천천히 출발을 하였다.

 

'공룡아, 하루만 기다려다오. 내가 달려간다.'

 

 

 

 

 

 

끝청 갈림길에서 서북능선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폭설로 막혀있다.

꼬라지를 보아서는 내년 봄에 날씨가 풀릴때까지 통제가 될 듯 싶다.

 

 

 

 

 

 

중청에서 소청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북사면이라 눈이 장난이 아니게 쌓여 있었다.

중청에서 점심도 늦게 먹었고, 희운각을 일찍 가도 할 일이 없어서 천천히 설악산을 즐겼다.

 

 

 

 

 

 

비법정탐방로인 용아장성도 실컷 감상하고, 지난 6월에 자전거로 달렸던 동해안도 한참동안 추억해 보았다.

 

 

 

 

 

 

그리고 터벅터벅 걸어서 오늘의 목적지인 희운각 대피소에 4시반경에 도착을 하였다.

국립공원 대피소의 주말 예약은 언제나 만석이지만, 실제로는 항상 몇자리의 여유가 있다.

이 대목에서 일정이 변경되면 대피소가 간절한 뒷사람들을 위하여 확실한 예약취소 문화가 매우 아쉽다.

'No Show'나 '당일 취소'는 선량한 이용객을 위해서 조금더 강력한 패널티가 필요해 보인다.

 

 

 

 

 

 

대청봉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중청대피소를 이용하듯이, 공룡능선을 알현하기 위해서는 희운각 대피소를 이용하는 것이 팁이라면 팁(Tip)이다.

왜냐하면 나처럼 저질체력의 소유자들은 공룡능선과 제일로 가까운 희운각 대피소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무래도 부담이 가장 적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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