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녀석과 단둘이서 2박3일로 부산여행을 다녀왔다.
녀석이 초등학교 6학년이던 지난 2008년 가을에 어머님을 모시고 부산 해운대엘 놀러 갔었다.
평소 해양생물에 관심이 많이 있었던 아들녀석은 부산 아쿠아리움에 꼭 가고 싶어 했으나,
어머님이 "자갈치시장이 아쿠아리움이지" 하시며 단칼에 거절을 하여 몹시 서운해 했었다.
그리고 7년의 세월이 흘러서 대학에 입학한 아들녀석이 1학기에 교양체육으로 스킨스쿠버를 수강하고선,
어릴 적의 아쉬움을 달래고자 부산 아쿠아리움에서 샤크다이빙을 하겠다고 용돈을 모아 놓았다.
아들녀석이 여름방학을 시작하면서, 나는 단 두가지의 미션(mission)만을 주었다.
첫째, 운전면허 획득. 둘째, 토익 850점 넘기.
첫번째 미션은 2주만에 클리어를 하였으나, 두번째 미션은 805점으로 실패를 하였다.
당초에는 두가지 미션을 모두 완수해야만 부산여행을 가기로 했었는데, 녀석의 7년 한(恨)을 풀어주기 위하여 승낙을 하였다.
KTX를 타기 위하여 서울역으로 가야 하나? 광명역으로 가야 하나? 잠시동안 고민을 했었는데,
집에서 가까운 수원역에서도 하루에 4편의 KTX가 부산으로 출발한다. 쌩큐!!
요즈음은 마누라쟁이와 지나간 '복면가왕'을 보는 재미에 흠뻑 빠져있어서, 외장디스크에 '복면가왕'을 4편 담아서 기차에서의 무료함을 달랬다.
그런데 태풍 '고니'의 영향으로 KTX 창밖으로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ㅠㅠ
'아빠가 날씨까지는 어떻게 할 수 없단다.'
부산역에 내려서 비바람을 피해서 지하철로 해운대역까지는 어찌어찌 잘 갔는데, 해운대역에서 숙소까지 걷는게 문제였다.
태풍 '고니'의 비바람 때문에 우산이 뒤집어져서, 비를 쫄딱 맞은 채로 점심식사를 위해서 '해운대 금수복국'을 찾았다.
예전에는 '압구정 금수복국'도 그런대로 했었는데, '복이오'로 상호가 바뀐 후에는 가격만 비싸졌고 맛은 꽝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해운대 금수복국'이 복맑은탕으로는 국내에서 제일이지 싶다.
'해운대 금수복국'에서 부산 아쿠아리움까지 이동중에 결국은 태풍 '고니'의 비바람에 우산대가 뿌러져서
아들녀석과 둘이서 불쌍하게 우산 하나에 의지하여 어렵사리 부산 아쿠아리움에 도착을 하였다.
아들녀석은 아직 미성년이라 내가 샤크다이빙의 면책서류에 서명을 하고 프로그램에 참여시켰다.
샤크다이빙은 사전준비에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실제 메인수조에서 프로그램 시간은 20분 남짓이었다.
메인수조에서 아들녀석의 사진을 몇 장 찍어 주고서는 입장료의 본전을 찾기 위하여, 주마간산으로 어슬렁거리면서 부산 아쿠아리움을 둘러 보았다.
나는 가족여행에서는 아이들의 자존감(自尊感)을 위하여 저렴하더라도 깨끗한 호텔에서 잠을 재운다.
'토요코인 해운대'와 '토요코인 부산역2'의 트윈룸을 1박씩 예약을 했었는데, 방의 크기가 무지하게 작다.
그나마 아침에 간단한 식사가 제공되어서, 아침 시간을 절약한 점은 높게 평가한다.
다행히 저녁에는 비바람이 조금은 잠잠해져서 광안리 민락동 회센터로 출격을 하였다.
분명히 1층에서 1Kg이 넘는 우럭을 잡았는데, 10층으로 배달되는 회의 양은 무지하게 적다.
어쨋거나 비내리는 광안리의 밤바다를 바라보면서 아들녀석과 둘이서 맥주 2병, 소주 1병을 말아서 먹었다.
광안대교의 아름다운 야경을 사진에 담겠다고 무거운 삼각대까지 가지고 나왔지만,
밖에는 비가 질질내리고 애도 알딸딸해서 똑딱이로 1-2컷 날리고는 곧바로 철수를 했다.
이렇게 아들녀석과 함께한 2박3일 부산여행의 첫날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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