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자전거길 북진기(北進記) - 첫째날 임원부터 경포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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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 개통된 동해안 자전거길 240Km구간을 남쪽 임원에서 출발하여 북쪽 고성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까지 이틀에 걸쳐서 달려보았다.

당초에는 대학친구와 둘이서 라이딩을 하기로 하였으나, 서로의 스케줄이 맞지가 않아서 과감하게 단독으로 종주를 결행하였다.

 

관동팔경(關東八景)을 따라서 달리면서 송강(松江)의 눈높이에서 동해바다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했었고,

7번 국도변의 거의 모든 해수욕장 및 항포구를 거치면서 어릴적 추억을 회상하는 재미있는 여행이었다.

 

 

 

 

 

사전에 동해안 자전거길 종주를 계획하면서 고성부터 임원으로 남진(南進)을 할지, 임원부터 고성으로 북진(北進)을 할지 고민이 많았었다.

그래서 여러가지 요소를 검토하여서 최종적으로 아래와 같은 이유로 임원부터 고성 방향으로 북진을 하기로 결정을 하였다.

 

 

 

 

 

첫째는 대부분의 라이더들이 심리적인 순방향인 고성에서 임원방향으로 달릴 것으로 예상이 되어서 반대로 하였다.

왜냐하면 동서울터미널에 대진터미널로 향하는 라이더들이 한꺼번에 몰리면 자전거를 짐칸에 싣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고,

귀경시에도 간이정류장인 임원터미널에 단체 라이더들이 몰리면 애로사항이 생기기 때문이다.

 

둘째는 삼척부터 임원구간에는 4-5곳의 업힐이 있는데,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고

첫째날 초반에 체력이 쌩쌩할 때에 고개를 넘는 것이 유리해 보여서 북진을 선택했다.

 

세째는 내가 사진을 잘 찍지는 못하지만 북진을 하면 순광(順光)이 되고

남진을 하면 역광(逆光)이 되기에 임원에서 출발하는 방법을 선택하였다.  

 

네째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풍향인데 이 부분은 하늘의 뜻에 맡기기로 하였다.

그런데 첫째날 오후엔 초속 4m/s의 강력한 북동풍이 불어서 개고생을 하였다.ㅠㅠ

 

 

 

 

 

다음으로는 240Km의 동해안 자전거길을 이틀에 달릴지, 사흘에 달릴지 일정에 대하여 고민을 하였다.

나는 체력도 저질이려니와 쉬엄쉬엄 사진과 동영상도 찍는지라 고수들에 비하여 라이딩 시간이 많이 걸린다.

또한 집에서 임원터미널로 내려가는 시간과 대진터미널에서 집으로 복귀하는 시간도 만만치가 않아서,

전날 저녁에 미리 임원으로 내려가서 하룻밤을 자고, 새벽부터 이틀에 걸쳐서 라이딩을 하였다.

 

 

 

 

 

평일에는 지하철에 자전거를 실어 주지를 않아서 집에서 가까운 성남터미널에서 삼척터미널로 점프를 하였다가,

삼척터미널에서 남행(南行) 완행버스를 타고선 다시 임원으로 이동을 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밤에 도착하여서 길가에 위치한 '쿡모텔'이라는 곳에서 하룻밤을 묵었는데 그저 그랬다.

 

 

 

 

 

오랜만에 객지에서 혼자 보내는 잠자리여서 밤새도록 뒤척거리다 새벽 4시경에 일찍 잠이 깨었다.

동해안 자전거길 임원인증센터는 임원항에서 남쪽 울진방향으로 1Km 남짓 떨어진 고개위에 있다.

임원인증센터에서 일출을 볼 요량으로 서둘러 준비를 하여서 고개를 씩씩거리며 올라갔지만 안개때문에 일출은 꽝이다.ㅠㅠ

 

 

 

 

 

일출을 보지 못해서 서운한 마음을 가지고 다시 임원항으로 되돌아와서 보급을 하였다.

동해안 자전거길은 4대강 자전거길과는 달리 동해안의 여러 항포구를 경유하여서 지갑만 있으면 보급에는 전혀 문제가 되질 않는다.

임원재, 신남재등 4-5개의 고개는 경사 7%에 길이 500m 정도이어서 낙동강 자전거길의 무지막지한 고개에 비해서는 휠씬 수월했었다.

 

 

 

 

 

첫째녀석이 집사람의 뱃속에도 없었던 신혼시절인 1995년에 여름휴가를 이곳 맹방해수욕장에서 둘이서 보냈었는데,

이제는 첫째녀석은 대학생이 둘째녀석도 중학생이 되었으니 세월이 많이 지났음을 실감한다.

 

 

 

 

 

맹방해수욕장을 지나면서 아침 안개가 걷히자 코발트빛 동해바다가 눈부시게 아름답다.

세계의 어느 유명한 관광지도 이보다 아름답지는 않을게다.

 

 

 

 

 

오전 9시경에 자전거가 삼척시내로 들어오자 시원한 가로수가 나를 반겨준다.

옛날에는 국도변에 포플러, 플라타너스등 울창한 가로수들이 참 많았었는데...

 

 

 

 

 

삼척에서 동해로 올라가는 자전거길 우측에도 여전히 절경이다.

경치가 너무 좋아서 사진을 찍으면서 또 한참을 쉬었다.

 

'그래, 누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닌데, 죽기살기로 달릴 이유가 없지'

 

 

 

 

 

개인적으론 동해안 자전거길중에서 임원부터 동해구간의 고갯마루에서 내려다본 동해바다의 풍광이 제일로 아름다웠다.

업힐에서 땀흘린 노고를 보상받고도 남을 만큼의 아름다운 풍광들이 도처에 널려있었다.

 

 

 

 

 

동해안 자전거길의 많은 구간은 지금은 한적해진 옛날 7번 국도를 활용하여 설치를 하였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자전거를 피해서 멀찌감치에서 추월을 하였으나,

일부 몰지각한 운전자는 자전거옆을 쌩하고 지나가서 깜짝 놀랄 때가 한두번 있었다.

 

 

 

 

 

삼척해수욕장에서 'I love you' 조형물도 보고, 추암해수욕장에서 애국가에 나오는 촛대바위도 보았다.

자동차로 7번 국도를 쌩하고 달리면 볼 수 없는 풍경들을 자전거로 여행하면서 하나하나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다가 동해시내로 들어와서 북평교를 건너서 동해항 입구에서 한차례 알바를 하였다.

자전거길의 파란선도 없어지고 이정표도 찾지를 못해서 직감적으로 진행을 하다가 낭패를 보았다.

동해안 자전거길은 대체로 시내구간에서의 표시선이나 이정표가 더욱 부실해 보인다.

현지인들은 당연히 익숙한 길이겠지만, 외지인들은 당연히 낯설은 길임을 헤아려 주시길 바란다.

 

 

 

 

 

여행의 묘미는 그 지방의 맛집을 찾아 다니는 것이기에, 점심식사는 묵호의 까막바위 근처에서 곰치국으로 해치웠다.

나는 외지의 식당에서 맛이 있으면 현금으로 지불하고, 맛이 없으면 카드로 결제하는 습관이 있는데 흔쾌하게 현금을 내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시간이 오후로 접어들자 엄청난 북동풍(4m/s)이 불기 시작한다.

카메라가 흔들려서 촛점을 잡기가 어렵고, 선그라스가 날라 가고, 자전거가 쓰러지고...

아침에는 업힐 때문에 개고생을 하였는데, 오후에는 맞바람으로 또 뺑이를 친다.

 

 

 

 

 

설상가상으로 오후 2시를 넘어서자 하늘도 흐려지면서 빗방울도 살짝 비치기 시작한다.

오늘의 1차 목표는 정동진, 2차 목표는 경포대, 3차 목표는 양양인데 3차 목표는 힘들어 보인다.

 

 

 

 

 

옥계해수욕장 또한 내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자리하고 있는 장소이다.

내가 중1 때인 1976년에 가족들과 옥계해수욕장으로 여름휴가를 왔었는데,

그때 아버지의 팬탁스 카메라에 흑백필름을 넣어서 난생처음으로 사진을 찍어본 곳이다.

 

 

 

 

 

심곡항에서 정동진방향으로 썬크루즈 고개를 넘는데 업힐 초반엔 너무도 힘이 들어서 끌바를 하였다.ㅠㅠ

 

 

 

 

 

어렵사리 고개를 넘어서 정동진 모래시계공원에 있는 무인인증센터에서 인증도장을 찍고선,

정동진역쪽으로 향하는 동해안 자전거길을 찾아 보았으나 펜스로 막혀 있다.

그래서 주위를 한참동안 둘러보았으나 우회도로에 대한 안내문이 없어서 멜바&월담으로 진행을 했다.

 

 

 

 

 

라이딩을 시작한지 거의 11시간이 넘어서자 애가 맛탱이가 가서 사진도 귀찮고 동영상도 귀찮다.

그래도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했던 30여년전 경포호의 추억이 떠올라서 억지로 셔터를 눌러 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오후 5시가 조금 못되어서 경포대 해수욕장의 인증센터앞에 골인을 하였다.

요즈음은 해가 길어서 2시간 정도는 더 라이딩을 할 수가 있었지만 만사가 귀찮아서 여기서 접었다.

 

 

 

 

 

런타스틱 로드바이크 어플이 중간에 잠깐 죽어서 완전히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동해안 자전거길의 임원부터 경포대까지의 110여 Km의 구간을 10시간 조금 넘게 달린 것 같다.

아침에는 업힐에서 오후에는 맞바람으로 고생을 하였지만, 동해안 자전거길의 풍광만큼은 최고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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