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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시(雪岳詩)의 오리지널 버전을 찾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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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첫직장 산악회의 회장 이취임식에서 '설악시(雪岳詩)'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산꾼들의 입에서 입으로 구전(口傳)되어서 매우 다양한 버전의 '설악시'가 존재한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집에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며 급 궁금해져서 구글링을 해보니 나름 신뢰가 가는 원전(原典)이 존재하더라.







'설악시'는 진교준(1941-2003)이란 분이 서울고등학교 재학중이던 1958년에 

'설악산 얘기'라는 제목으로 학교 문집에 게재하여 경희문학상을 수상한 詩란다.







<2015. 12 - 오색 오르막에서 한계령 방향>


그래서 내가 지난 7년간 설악산을 오르내리면서 찍었던 사진들과 함께 '설악시'의 풀버전을 퍼와서 한번 소개해본다.







<2011. 6 - 중청봉에서 일출>




나는 산이 좋더라.

파란 하늘을 통채로 호흡하는

나는 산이 좋더라.

멀리 동해가 보이는 

설. 설악. 설악산이 좋더라.







<2014. 8 - 내설악 십이선녀탕계곡>




산에는

물, 나무, 돌.....

아무런 오해도

법률도 없어

네 발로 뛸 수도 있는

원상 그대로의 자유가 있다.

고래 고래 고함을 쳤다. 나는

고래 고래 고함을 치러

여기까지 온 건지도 모른다.







<2013. 9 - 울산바위에서 동해바다 조망>




산에는

파아란 하늘과 사이에

아무런 장애도 없고

멀리 동해가 바라뵈는 곳

산과 하늘이 융합하는 틈에 끼어 서면

무한대처럼 가을 하늘처럼

마구 부풀어 질 수도 있는 것을.....







<2014. 10 - 대청봉에서의 운해>




도토리를 까 먹으며

설악산 오솔길을 다리쉼 하느라면

내게 한 껏 남는 건

머루 다래를 싫건 먹고픈

소박한 욕망일 수도 있는 것을.....

자유를 꼭 깨물고

차라리 잠들어 버리고 싶은가.







<2017. 9 - 내설악 오세암 만경대>




깨어진 기와장처럼

오세암 전설이 흩어진 곳에

금방 어둠이 내리면

종이 뭉치로 문구멍을 틀어 막은

조그만 움막에는

뜬 숯이 뻐얼건 탄환통을 둘러 앉아

갈가지가 멧돼지를 쫓아간다는

포수의 이야기가 익어간다.

이런 밤엔

칡감자라도 구어 먹었으면 더욱 좋을 것을







<2015. 6 - 내설악 구곡담계곡>




백담사 내려가는 길에 해골이 있다고 했다.

해골을 줏어다가 술잔을 만들자고 했다.

해골에 술을 부어 마시던 빠이론이

한개의 해골이 되어버린 것 처럼

철학을 부어서 마시자고 했다.

해.골.에.다.가.....







<2012. 10 - 공룡능선>




나는 산이 좋더라

영원한 휴식처럼 말이 없는

나는 산이 좋더라

꿈을 꾸는듯 멀리 동해가 보이는

설. 설악. 설악산이 좋더라.







<2014. 6 - 설악산 서북능선>




설악시를 읊으며 설악산의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또다시 설악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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