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知己들과 함께한 설악산 산행기 - 한계령부터 희운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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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는 35년 知己인 대학 친구 2명과 함께 2박3일로 설악산엘 다녀왔다.


당초에는 단풍이 절정인 10월 중순에 설악산을 찾을까도 잠시 고민을 하였으나,

도로와 등산로 위에서 엄청난 지정체가 예상되어 11월 초에 일정을 잡았더니,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눈(雪)이라는 복병을 만나서 엄청난 고생을 하였다.







오전 10시경에 한계령 휴게소를 출발하여 서북능선을 경유하여 악전고투 끝에

사방천지가 깜깜한 오후 6시40분에 희운각 대피소에 어렵사리 도착을 하였다.







개인적으로는 설악산 공룡능선을 3번 넘어 보았지만 친구들은 아직 구경하지 못해서,

이 몸이 총무가 되어 지난 5월 산행과 거의 비슷한 코스로 이번 산행을 기획하였는데,

미끄러운 등산로, 짧은 일조 시간, 무거운 배낭을 미처 고려하지 못한 미흡한 일정이었다.


대청봉을 알현하고 공룡능선을 넘다 - 1.한계령부터 소청대피소

대청봉을 알현하고 공룡능선을 넘다 - 2. 소청대피소부터 백담사까지







내 배낭에는 버너, 가스, 코펠등 취사 장비들을 친구들의 배낭에는 음식물들을 넣어서,

배낭의 무게를 나름 공평하게 분산하였음에도 이 몸은 후미에서 매우 힘들게 따라 갔는데,

설상가상으로 너무 안일한 생각에 아이젠을 넣지 않아서 잠시동안 맨붕이 왔었으나,

'원신이'란 친구가 백업으로 아이젠을 하나 더 가져와서 그나마 설악을 오를 수가 있었다.







날씨는 기가 막히게 좋았으나 설악의 응달은 벌써 맨질맨질한 빙판이 되어서,

아이젠을 묶었다가 풀었다가를 반복하느라 좀처럼 산행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서북능선에 올라서서 한적한 곳에서 여유롭게 점심식사를 하고서, 중청의 레이다를 이정표 삼아서 또다시 행군을 시작하는데,

수원에서 오셨다는 모녀가 아이젠도 없이 쩔쩔 매는 모습을 보고서, 친구들이 아이젠을 하나씩 벗어서 빌려드리는 모습이 무척 아름답더라.







산행 초반에는 무척이나 밝던 친구들의 얼굴들도 이제는 힘이 많이 부치는지 힘든 표정이 역력하다.







이 몸은 너무나 힘이 들어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끝청에서의 시원스런 조망도 눈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더라.







그리고 대청봉도 시간이 지체되어 스킵하고 희운각을 향하여 발길을 돌렸다.

소청삼거리부터 희운각까지 내리막에서는 해도 완전히 저물고 등산로도 빙판이어서,

헤드랜턴의 작은 불빛에 의지하여 악전고투 끝에 희운각 대피소에 겨우겨우 도착을 하였다.







같은 산에 같은 코스도 계절, 날씨, 배낭의 무게에 따라서 엄청난 시간 차이가 난다는 평범한 교훈을 다시 한번 깊이 느꼈다.

정말로 35년 지기들과 잊지 못할 설악산 산행을 하였는데, 아마도 죽을 때까지 술자리에서 몇 번은 회자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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