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밤에 주작산 자연휴양림에서 준비해 간 돼지고기와 소주로 나름 성대한 만찬을 즐기는데 비가 한두방울씩 내리기 시작한다.
일기예보를 통하여 비가 내릴 것 임을 미리 알고는 있었지만, 예전에는 많이도 틀리더만 오늘은 야속하게도 너무도 정확하다.
산행의 출발시간을 30분 지연시켜 보았지만 쉽사리 그칠 비가 아니라서, 우비를 착용하고 배낭엔 레인커버를 씌우고 출발했다.
오늘은 주작산 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를 출발하여 주작산 주봉, 덕룡봉, 덕룡산 서봉, 동봉을 경유하여 소석문까지의 코스이다.
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부터 임도까지의 오르막에서는 빗줄기가 너무 굵어서 카메라를 꺼낼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이제는 빗줄기가 조금은 가늘어져서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 곳이 높이(428m)도 낮고 정상석의 볼품도 없지만, 봉황의 머리에 해당하는 주작산의 주봉우리이다.
주작산 주봉을 찍고서는 어제의 날머리였던 작천소령으로 다시금 진군을 하는데, 구름사이로 강진만이 살짝 얼굴을 내밀며 인사를 한다.
'그래, 구름도 좋고 안개도 좋은데, 제~발 비만 내리질 말아라'
작천소령에서 육수를 한바가지 흘리고선 주작산 덕룡봉 정상에 올라섰다.
인터넷의 다음지도등 일부 지도에서는 이 곳을 주작산의 주봉으로 잘못 표기하고 있고,
소석문에서 오소재까지 무박종주를 하는 산꾼들도 이 곳을 주작산의 정상으로 인증하고 있지만,
정확하게 이 곳은 봉황의 좌측 날개에서 제일 높은 곳인 주작산 덕룡봉(475m) 정상이다.
너덜지대도 통과하고, 405봉, 437봉을 지나자 안개가 자욱하게 밀려와서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다.
이제는 등로의 발자국과 산악회의 안내시그널과 스마트폰의 지도에 의지하여 묵묵히 전진한다.
이번 주작산과 덕룡산 산행에서는 암릉구간과 로프구간이 많다는 정보때문에 무스틱 산행을 하였는데,
주작산의 오소재 초반구간과 덕룡산의 작천소령 초반구간은 스틱을 사용하는게 더 편안해 보였다.
덕룡산의 주봉인 서봉도 결코 호락호락하게 등정을 허락하지는 않았다.
로프구간에서 진을 뺀 후에 어렵사리 덕룡산의 서봉에 도착을 하였다.
그리고 덕룡산의 서봉과 동봉은 정말로 얼마 떨어져 있지를 않았다.
이제는 설악산의 공룡능선같은 여러개의 작은 봉우리를 넘으면 오늘의 날머리인 소석문이다.
지도상에는 정확하게 표시되어 있지를 않았지만, 정말로 몇개의 봉우리를 넘었는지 모르겠다.
시계가 오후 3시를 넘어서고 고도를 많이 낮추자 강진군 도암면 부근이 그제서야 시야에 들어온다.
정면에 석문산이 보이고 발아래에 도로가 있는 것을 보아서 소석문에 거의 도착을 하였나 보다.
오후 4시경에 소석문에 도착하여 택시로 해남터미널로 이동하여 개운하게 사우나를 하고 나니 그제서야 살 것 같다.
그리고 해남읍에서 제일로 괜찮다는 한정식집인 '천일식당'에서 주작산, 덕룡산 종주산행을 자축하는 만찬을 했다.
주작산의 암릉미는 오밀조밀하여 여성적이라면, 덕룡산의 암릉미는 선이 굵어서 남성적으로 보였다. 아무튼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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